질경이는 마차바퀴 자국이 난 자리에서도 잘 자란다 해서 '차전초'라 불리는 들풀이다. 최근 봄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의 뛰어난 항산화 효과가 입증되어 주목받고 있다.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토종 허브
허브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음식 맛을 좋게 해 서양에서 약용, 식용으로 애용되는 식물을 말한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의 연구에 따르면 허브들은 대체로 과일이나 채소보다 항산화 효과가 더 뛰어나다. 서양에서는 허브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국내 토종 허브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질경이의 놀라운 효능이 고려대 식품공학부 이성준 교수팀의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농촌진흥청 바이오그린21 연구과제로 이루어진 이 실험에서 토종 허브인 질경이를 생쥐에게 먹인 결과, 콜레스테롤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 42일 동안 질경이를 먹은 생쥐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171mg/dL에서 145mg/dL로 15% 낮아졌다.
이성준 교수는 "허브 하면 흔히 외국산 식물로만 여기는데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 여러 허브 식물이 있다. 질경이에 함유된 저분자 방향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동맥경화와 지방간을 예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질환 치료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
질경이의 효능은 최근에서야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예로부터 각종 질환 치료에 많이 쓰였다. 개구리가 기절했을 때 질경이 잎을 덮어놓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동의보감》 간장 편에는 질경이에 대해 '차전자(질경이 씨)는 간을 튼튼하게 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눈의 충혈을 없앤다. 가루로 만들어 먹거나, 볶아서 달여 먹는다'고 쓰여 있다.
오늘날 한방에서는 이뇨제, 해열제, 소염제, 강장제 등으로 차전자를 처방한다. 질경이는 잎 100g 당 비타민C 9mg, 비타민A 32ug(마이크로그램), 칼슘 117mg, 탄수화물 12.4g, 단백질 3.3g 등이 함유되어 영양가가 뛰어나다. 질경이 씨 껍질인 차전자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치료제로도 쓰인다. 물에 넣으면 젤과 같은 모양을 형성하며 제 무게보다 40배의 수분을 흡수한다.
려한의원 정현지 원장은 "차전자피는 위장에서 부피가 크게 팽창해 포만감과 더불어 장벽에 붙은 노폐물을 배설시켜 주는 양질의 식이섬유다.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주어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몸이 너무 차서 소화력이 약하거나 설사가 잦은 체질은 피한다. 자주,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이 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질경이를 안전하게 먹는 방법
질경이가 몸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접 길러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시골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도로가 대부분 포장된 요즘에는 시골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노출되어 먹지 않는 편이 나을 정도다. 시중에 파는 질경이는 중국산 약재로 들어온 것이 대다수이고 국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도 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접 재배해서 먹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봄에 씨를 뿌리면 가뭄에도 죽지 않고 잘 자라지만 메마른 환경에서는 잎이 질겨져 식용으로 이용하기 힘들다. 해가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모래 참토에서 키우는 것이 좋으며, 4~5월경에 1차 수확을 한 후 다시 나오는 싹을 또 수확할 수 있다. 약초로 재배할 때는 꽃이 필 때 뿌리 채 뽑아 씻어 말리면 된다.
씨는 9~10월에 완전히 여물면 꽃자루를 베어 말린 후 털어서 수확한다. 제철 질경이는 나물로 묻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살짝 삶아 말려두었다가 이듬해까지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질경이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